원문참고 : https://musiclavies.com/special/ss

 

 

「...... 『이곳』도 활기차게 됐네.」
 우연히 들린 아르크의 중얼거림에, 나는 웃음 지었다.
 한산했던 악기점의 플로어를 내려다보면서 내뱉기엔, 무척이나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그러네」
 나는 작게 웃으며 수긍했다.
 아르크가 언급한 건 손님의 수가 아닌, 다른 것에 대해서다.

 


 이 악기점에는 『인간 같은 모습을 얻은』악기가 있다.

 


「처음에는 나와 너뿐이었지.
  ...... 생각해보면 확실히, 꽤나 소란스러워졌나」
「............」
 연보랏빛 눈동자를 이쪽으로 향해, 아르크는 희미하게 웃는다.
 옛적 일이라도 돌이켜보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덩달아 나도 살짝, 기억을 더듬어본다.
(...... 처음 이 모습을 얻었을 때.
 나는, 무엇을 느꼈었나)

 



 1727년.
 세상에 『피아노』라는 악기의 이름이 알려 퍼지는 것보다 빠르게, 나는 만들어졌다.
(애석하게도 대다수의 경우, 악기의 의사는 존중받지 못해.)
 제조 직후.
 나는 높은 가격에 팔려 나왔다.
(많은 주인을 거쳐, 많은 나라를 건넜다.
 원하지 않더라도, 나는 수많은 『인간』을 보아왔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에게 바라지는 대로, 악기로써 존재해가는 것- 그런 당연한 최후를 그려왔었다.
 혹시 이루어진다면, 내가 부서지는 그날까지 울려 퍼지고 싶어.
(누구라도 좋으니, 부디『나』를 들어줘)
 그것만을 바랐다.
(그러니까......)
 사람 같은 손발을 얻었을 때.
 나 자신이 스스로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 나는 기뻐하기 전에, 먼저, 당황했었겠지)

 


「포르테」
 아르크는 절제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시선을 나에게서 돌려, 아무도 없는 플로어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어째서 우리들은, 이 모습이 된 걸까」
「...... 그건」
 이유는 장소에 있다.
 이 악기점은 오래전부터 음악에- 인간과 악기에게 사랑받아온 토지.
 오늘까지 쌓아온 역사가, 이 장소를 특이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아르크가 묻고 싶은 건......)
 다른 것 일거라는 상상이 간다.
 그건, 나도 몇 번이고 의문을 품어왔다.

(이 악기점에 놓여있는 악기는, 그 대부분이 『악기의 모습』이다.
 우리들처럼『사람 같은』모습을 얻은 악기는 극히 일부뿐)

 어째서?
 왜, 우리들만이......?
 그 이유를, 원인을, 짐작해보는 건 가능하다.
(...... 하지만, 확증은 없어)
 애매한 억측을 입에 담는 것은 꺼려져서, 나는 말을 삼켰다.
 그리고, 짧지 않은 침묵 뒤.
 아르크는 조금 고개를 기울여, 배려하듯이 미소 지었다.
「미안해, 포르테.
  괜한 걸 물어버렸네.」
「신경 쓰지 마.
  ...... 그것보다, 아르크.
 나도 신경 쓰이는 게 있어」
「...... 뭘까나」
 아르크는 온화하게 그다음 말을 재촉했다.
 나는 정면에서 그를 마주 보며, 가차 없이 추궁했다.
「너, 언제까지 연주하지 않을 생각이지?」
 이건 의외로 섬세한 문제다.
 다가가는 것만으로 그를 부주의하게 상처 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
 후후, 하고 희미하게 웃는 목소리가 들린다.
 침착한 어른처럼 행동하는 아르크의 눈은, 때 묻지 않은 아이처럼, 반짝하고 빛났다.
「지금은 아직, 하고 싶지 않아.
  포르테도 설마, 억지로 하게 할 생각은 아니지?」
「...... 그래」
「그럼, 하고 싶은 자가 하면 돼. 너나 크레이처럼, 말이지」
 그는 온화하게 말하고는, 느린 움직임으로 내 옆에서 멀어졌다.
 나는 불러 세우지 않고 아르크를 그냥 보냈다.
「............」
 약하게 숨을 내쉬고, 그 후 나는, 그가 향한 곳과는 반대방향-
 아래층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악기점의 플로어의 구석에 있는, 작은 무대에, 악기로써의 내 몸이 있다.
 클라비챔발로・콜・피아노・에・포르테.
 건반의 뚜껑을 열고, 장갑을 벗으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차가운 건반의 감촉을 손끝으로 느끼며, 나는 『나』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부디-)
 아무도 없는 악기점을, 나의 연주가 가득 채워간다.
 어디까지나 이 음색이 울리도록.

 


 어딘지 모를 누군가의 귀에, 이 소리가-나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게.
 기도하는 심정으로 연주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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