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irth of Violin
원문참고 : https://musiclavies.com/special/ss
「나에겐......」
활을 내린다.
가쁜 숨을 고른다.
자신을 연주할수록, 음악에 다가갈수록, 나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 인간에게 연주되는 건 고통밖에 없어)
나는 이 모습을 얻기 전 부터.
일개 악기였을 적부터, 사람에 의한 연주를 거부해 왔다.
『울리지 않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본 인간은, 저주받았다느니, 망가졌다느니, 좋을 대로 말했다.
거기에 내 의지가 있을거라곤, 눈치채지도 못했겠지.
「-------」
활을 바로잡는다.
현을 튕겨, 소리를 낸다.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사실 조금은, 눈치채고 있다.
「...... 나에게는, 시간이 부족해......」
요 근래.
이 악기점에 오보에·다모레가 왔다.
불친절한 점주는 사전에 충분한 설명도 하지 않은 듯했다.
갑자기 인간과 같은 모습을 얻어, 그는 당황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기뻐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나도 그랬다.
여기에 와서, 이 몸을 얻고, 마음이 떨렸다.
(아아, 이걸로 드디어, 나는-)
인간에게 만져지지 않고 지낼 수 있어.
인간의 손따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자기를 연주할 수 있어.
그들의 비평따위 마음에 두지 않고, 좋을 대로, 마음껏 소리를 지어낼 수 있어.
...... 이렇게 행복한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루루. 가게의 안내를 해줘도 괜찮은데, 어떡할래?」
「부탁할까-」
나의 권유에, 그는 단번에 끄덕였다.
「1층은 악기점이랬지」
「그래. 파리만 날리고 있지만, 이왕이면 밤에 들여다보는 게 좋아. 신경 쓰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
우리들은 지금, 악기점의 2층에 있는 거실에 있다.
그런대로 낡아진 앤틱가구와, 부드럽고 새것인 러그가 신기하게도 어울려 있었다.
원래는 나무로된 의자밖에 없었던 공간에, 크레이였나 아르크였나, 어디서 났는지 모를 소파를 가져왔다던가 뭐라나.
어느새 머물기에 나쁘지 않은 장소가 되었다.
「음.
너, 바이올린이라 했던가.
분명, 비이라고 불렸었어」
「베르니체.
......포르테와 크레이가 맘대로 줄여서 부르고 있어」
특히 포르테는 자신의 이름-정확히는 악기명-을 단축하는걸 좋아하지 않는 주제에, 왜 나는 줄여서 부르는지.
(생략과 애칭은 다른거라던가 얘기했지만)
아직까지도 납득할 수 없다.
「오보에·다모레, 루루」
「왜에?」
애교있는 큰 눈을 깜빡이며, 루루는 나를 마주 봤다.
「나는 너를 동정하고 있어.」
「그래?」
「오보에·다모레는 인간에게 멋대로 농락당한 악기다.」
「어, 응. 그럴지도?」
「그 아픔은 나도 잘 이해할 수 있어.
...... 그러니까, 우리는 친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흐음. 그렇구나-」
「?」
그의 맞장구는 뭐라 해야할까.
생각이 없다고 해야하나, 대충이라 해야 하나.
솔직하게 말하면 위화감이 있어,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2층과 3층을 순서대로 돌고, 어디가 누구의 방인지 설명하면서, 나는 조금 신중하게 말할 거리를 찾는다.
「그러고 보니, 네 출신은?」
「독일」
「라이프치히 주변인가?」
「나에 대한 건 아무래도 좋아. 그것보다 너에 대해서 알려줄래? 비이는 어떤 바이올린?」
「............」
숨길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
복도를 걸으면서, 나는 자신의 내력을 읊었다.
태어난 건 이탈리아.
크레모나의 스트라디바리 공방.
음악에 조예가 깊은, 시간의 권력자를 위해, 소중하게 만들어진-
내가 그런 설명을 끝낼 즈음.
「있지 있지, 비이-」
「?」
루루는 문득 떠오른듯이 물어왔다.
「여기, 그다지 사람은 안 오는 거지?」
「그래」
「그럼, 가까이에 인간이 모이는 장소는 있어? 되도록이면 여자아이가 오는 곳이 좋은데-」
「...... 뭐?」
얼빠진 목소리가 나왔다.
멍하니 서있는 나를 보고, 루루는 팔랑팔랑 손을 흔든다.
「아, 몰라? 그럼 됐어. 나, 혼자서 찾아볼 테니까」
「???」
그러고보니.
루루가 이 악기점에 온 직후.
(이 몸을 처음 얻은 그때에도, 그는......)
가게의 『바깥』에 나가고싶다는 듯이 얘기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우리들은 제대로 설명했었을 텐데.
(도대체 뭘......?)
그 해답을 이해하기위서는, 며칠을 필요로 했다.